47년간 한인 운영 동네극장, 주민이 살린다
1946년 지어진 가디나 극장(Gardena Cinema). 한국에서 이민 온 존 김(82)씨 부부는 1976년 극장을 인수했다. 이 극장은 단일 상영관으로 800석 규모를 자랑한다. 김씨 부부는 할리우드 영화 전성기를 누리며 아들과 딸을 극장에서 길렀다. 극장은 딸 주디 김(51)씨의 놀이터였고, 그는 1996년부터 극장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김씨 가족이 가디나 극장을 운영한 지 이제 곧 50년, 세상은 변했고 멀티플렉스 체인점 극장이 대세가 됐다. 동네 단일 상영관을 찾는 관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김씨 부녀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지난 1월 부동산 매물로 극장을 내놨다. 19일 LA타임스는 1970년대 외관과 인테리어를 간직한 이 극장에 그후 반전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소식을 접한 지역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극장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딸 김씨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극장을 최대한 운영해보기로 마음을 다잡으면서 가디나 극장을 향한 기적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역 주민과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가디나 극장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기 위해 ‘가디나 극장 김씨의 친구들’이란 자원봉사자 모임까지 결성했다. 이들은 시간 날 때마다 박스오피스 영화표 판매, 매점 음식 판매, 영화관 청소를 마다치 않는다. 가디나 극장의 참 멋을 알리기 위한 소셜미디어 홍보도 이들 몫이다. 자원봉사에 합류한 매트 콜레테(48)는 “이렇게 멋지고 오래된 극장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극장에 들어오는 순간 시간여행을 떠나 1987년대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레테의 말처럼 가디나 극장은 ‘올드’하다. 상영작을 알리는 극장 간판도 형형색색 알파벳을 붙이는 수작업이다. 극장 안 로비와 매점도 30~40년 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13일 가디나 극장에서 열린 2023 LA 아시안 태평양 영화제(2023 Los Angeles Asian Pacific Film Festival)는 모처럼 극장 안팎에 활기를 돌게 했다. 하루 동안 두 번이나 관객 500명 이상이 자리를 채웠다. 아태영화제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수석디렉터 프란시스 쿨라도는 “우리는 가디나 극장이 계속 운영되기를 바란다. 이 극장이 지닌 멋과 특징은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낼 수 없다”며 빈티지 극장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김씨 부녀는 극장을 계속 운영해볼 계획이다. 딸 김씨는 최근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비영리재단으로 등록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우리 남매에게 극장을 이어받을 자녀가 없다. 혼자 이곳을 지키기에는 극장이 너무 크고 해야 할 일도 참 많다”며 “비영리재단 승인을 받으면 지역 주민이 원할 때, 영화제 등 각종 행사 장소가 필요한 단체가 이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동네극장 한인 지역 주민들 극장 간판 극장 운영